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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다 나는
허니레몬을 찾아서 (1) 본문
내가 이 동네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허니레몬씨가 이 곳 종점에서 카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카페 문에 적혀 있던 문구가 아직도 기억난다. "연휴/공휴일 영업시간: 봐가면서"
나의 고2 시절 낭만에는 커다란 두개의 축이 있었는데 하나는 pH5(파인애플) 그리고 다른 하나가 허니레몬씨였다. 구연산 클럽. 말하자면 두 사람이 내 Ditto 뮤비의 주인공이었다. pH5에 대해서는 앞서 서술한 바가 있으며 허니레몬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므로 일단 여기까지
언니는 이 곳에서 몇년간 카페를 잘 운영했고, 그녀 특유의 유쾌함으로 카페를 하나의 동네 커뮤니티 또는 아지트로 만든 듯 했다. 나는 허니레몬씨의 근황이 궁금할 때면 종종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슬쩍 들어가보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그 카페를 그만두고 다른 동네에서 새로운 카페를 연다고 했다. 그 무렵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언니의 근황자락을 놓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었을 때 - 다른 분이 카페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허니레몬씨의 계정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동네, 그러니까 허니레몬씨가 카페를 하던 그 바로 근처로 이사 온 후 나는 종종 그녀를 떠올렸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의 십대에 어떤 강렬한 감정의 씨앗을 심어줬던 사람인만큼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하지만 전화번호는 바뀐지 오래일 테고, 어느 SNS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일찍 커피를 사 마시고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 궁금함이 최대치에 달했다. 옛날 카페 상호를 실마리 삼아, 인스타그램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주워 모았다. 링크와 태그를 누르고 누르다가, 한 포스트에서 멈췄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포스트의 사진 속에서는 남녀 몇 명이 둘러 앉아 웃고 있었는데 - 그 중 한 명은 허니레몬씨였고, 또 한 명은 자주 가는 이 동네 라멘집의 사장님이었다. 저기 그, 안경 쓰신 분 여기에 더해, 댓글 중 하나는 우리에게 이 집을 넘겨 준 이전 세입자분이 쓴 것이었다. 대박.

인스타그램은 사랑을 싣고. 다만 그게 8년 전이었다. 이 분들은 허니레몬씨의 근황을 알까? 땀을 훔쳐가며 돈코츠 라멘 육수를 들이키다가 갑자기 "사장님 근데요, 혹시 허니레몬씨를 아시나요?"라고 물어봐도 될까? 전 세입자분에게 연락해서 "보내주신 전등은 잘 받았습니다. 혹시 허니레몬씨를 아시나요?" 라고 물어봐도 될까? 더위에 미친 놈인가 하겠지
작은 연결고리 발견일 뿐인데도 두근두근하다. 추억은 추억 속에 남겨야 한다는 걸 안다. 추억 속의 누군가를 동시간대에 실존하는 사람으로서 마주할 때 대체로는 그 감정의 농도가 많이 희석되고 만다는 걸 안다. 더 극단적으로는, 벽에 오랫동안 잘 걸려 있던 액자를 누군가가 갑자기 떼어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내가 상대의 액자를 떼어버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궁금하고 보고 싶은 마음 자체는 소중한 것이므로, 좀 더 며칠만 설렘 가득히 허니레몬씨의 근황을 궁금해하도록 하겠다.
(다음에 계속 ...)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늘 궁금했다. 저 만남으로 인해 오히려 저들의 엔딩이 좀 싱거워져 버린 건 아닐까. 극적으로 재회한 방송 스튜디오를 떠나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내가 수백번 돌려 듣던 노래는 단 한 개도 안나오고 실험적인 신곡만 자꾸 나올 때의 기분 같은 게 들지 않을까(제 추억 환불해 주세요). 추억이란 어차피 계속 리마스터링되는 것. 그걸 뛰어넘는 신곡은 나오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