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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2): 2026-06-27 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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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2): 2026-06-27 꿈

mm.mm.mm 2026. 6. 27. 19:09

겨울산을 네 다리로 기어 올라갔다. 살을 에는 듯 날카로운 겨울 공기가 세상을 덮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땅, 이 땅만큼은 사월의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흙은 갓 구워낸 소보로빵 윗면처럼 따스하고도 바슬거렸다.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나는 풀썩, 일생의 임무를 다 마친 사람처럼 쓰러졌는데,  쓰러지는 내 두 팔 사이로 - 나무 하나가 폭 안기듯 들어왔다. 아니 내 두 팔이 한 나무의 밑동을 껴안았다. 밑동에서 땅으로 뻗어나가는 뿌리 한 면에 볼을 대고, 나는 웅크리듯 누웠다. 그렇게 이름도 모르는 나무의 밑동을 꼭 껴안은 채, 나는 땅으로 스며들듯 죽어가고 있었다. 안온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스르르 눈이 감기려는 찰나, 나무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 내 새 EP가 나왔어, 들려줄게. (그때, 나는 나무의 두 눈을 보았다.) 나무에게서 감미로운 알앤비 트랙들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죽기 전에 알앤비 EP 하나쯤은 괜찮잖아? 응. 죽기 좋은 날씨네. 겨울산 정상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여름방학의 낮잠처럼 달콤했다. 나는 그렇게 다정한 나무 아래서 미련 없이 잠들었다 -

눈을 떴다. 낡은 유리창 너머 파릇한 여름 나무와 마주쳤다. 하루 사이 조금 더 자란 열매들을 품고 있는 여름의 생명. 간지러운 볕뉘에 다시 눈을 감았다. 꿈 속에서 나무가 들려주었던 제목 미상의 노래들이, 그새 그리웠다. 당신에게 올해의 나무주연상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