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바짝, 짧게 깎지 않으면 불안하다. 손톱 머리가 손가락 살 끝을 넘어 삐죽 튀어나오는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
아니다, 불안하면 손톱을 깎는다. 불안한 순간이 오면, 길게 자란 손톱 아래 피부에 갑자기 예리한 신경이 자라난 듯 온 감각이 그 최말단에 집중되어 다른 무엇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손가락들로 그 손톱을 꾹꾹 누르며 아니, 그 손톱으로 다른 손가락들을 꾹꾹 찌르며 갈망한다. -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이 불안에서 해방시켜 줄 손톱깎이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검지 손톱을 하나 딱, 딱, 깎아내고 나면, 그 쾌감을 누리기도 전에 - 날이 서 있던 신경이 갑자기 약지로 옮겨가고 그래서 약지 손톱을 깎아내고 나면 그 신경은 다시 엄지로 옮겨가고 결국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조리 바투 깎아내게 된다.
그렇게 불안을 깎아낸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면 무엇 하나 할퀴지 못할, 순둥해진 열 손가락들이 베일을 쓴 수녀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 이러한 이유로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손톱깎이가 꽤나 여럿. 라면 먹고 갈래,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쓸만한 집앞 작업 멘트로, "혹시 집에 손톱깎이 있어?" (중요: 시선을 손끝에 둔 채 엄지로 다른 손톱 끝을 만지작거리며) 가 있다- 고, 누군가가 대학로에서 말해줬었다. 그러나 상대가 나 같은 사람이라면 소용이 없어진다. 어 되게 많아, 반색을 하며 여러 개 잘 닦아 챙겨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