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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잉 프로토콜

mm.mm.mm 2026. 6. 8. 13:29

새벽에 마치 황태덕장의 황태가 된 것만 같은 꿈을 꿨다. 나는 찬바람을 맞다가 말다가 맞다가 말다가 하면서 건조되어 가고 있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아까지 한없이 시렸다. 누군가 종이에 나를 말리는 매뉴얼을 써 둔 것을 발견했다. 건조 - (중단) - 건조 - (중단). 단순한 이 사이클이 무한반복되는 프로토콜이었다. 온몸에 도는 날카로운 한기에 잠에서 깨었다. 사방이 스산한 게 냉동 창고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불을 코까지 바짝 끌어당긴 채 다시 잠을 청했는데 새로운 꿈 속에서도 뼛속까지 시렸다. 통증이나 온도 감각도 생생하게 꿈꿀 수 있는걸까...아침에 온전히 잠에서 깨어 나왔을 때는 전혀 몸이 시리지 않았다. 다만 - 아, 냉장고에 말린 가지가 잔뜩 있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점심으로 가지토마토파스타를 해 먹었다.

 

정말 맛이 없었다. 

 

 

 

남산도서관에 가서 책을 잔뜩 빌려오던 길, 집 앞 마트에서 오이 여섯개를 이천원에 팔고 있었다. 가방에 이미 책이 무겁게 들어차 있었지만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싱싱한 백오이를 냅다 담아 왔다. 내일 토마토와 올리브와 할라피뇨와 함께 잘 버무려 먹을거다. 식재료가 냉장고로 들어갔다가, 생기를 잃어갈 새도 없이 빠르게 소진되는 건 기분이 좋다. 이사 오고 거의 매일 느끼는 거지만 - 여기가 내 리틀포레스트다.

 

 

주말에 '8번 출구'를 봤다. 나같은 길치에겐 적잖이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코치 야마토의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조만간 백룸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