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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지난토마토통조림도맛은있다. bestbefore

mm.mm.mm 2026. 6. 7. 16:37

1. 최성운 피디님의 추천 영상에 이끌려 시작했던 '저궤도인간' 1부를, 앉은(또는 누운) 자리에서 꽤 긴 시간 다 읽었다.

 

옐로페이스와 비슷한 플롯이려나, 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그 갈등의 결이 사뭇 달랐다. 옐로페이스에서의 갈등의 기원이 증오심이었다면 저궤도인간에서의 갈등의 기원은 연민(타인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패배감,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에 그물처럼 얽혀 있는 수치심인 듯 하다. 창작자든 아니든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그런 감정들을 가혹할 만큼 친절하게 낱낱이 눈앞에 보여주며, 독자들이 그러한 거울상에 괴로워하면서도 종국에는 기꺼이 공범이 되고 싶게 하는 작가님의 힘에 연신 소름이 돋았다.

 

딱히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한 줄 한 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의미심장한 문장들, 그 밑에 잔뿌리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는 절절한 사연의 댓글들까지 이 작품에 애정 혹은 애증을 갖게 하고 있었다. (왜 애증이냐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 작가님과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재열과 같은 좌절감을 느낄 테니까.) 장예주가 북토크쇼에서 하는 말들은, 마치 조은영 작가님이 본인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예주의 입을 빌려 전하는 것만 같았다. 

 

입 밖으로 내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입 밖으로 도저히 나오지 않는 재열의 말들, 그 말을 그렇게 틀어막고 있는 건 재열의 뇌리에 박혀버린, 온기 없는 눈빛들의 파노라마. 작중 모든 독백 하나하나가 마음을 후벼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욕망의 관성'에 대한 백상엽의 추천사와, '그만두어야 할 때' 제목의 기원을 설명하는 재열이 욕망의 습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여름이 지나고 2부가 시작될 때까지 나는 이 작품을 여러번 다시 곱씹어 읽을 것 같다.

 

"조은영 작가님, 혹시

 

네이버웹툰 저궤도인간 42화

 

 

2. 남산도서관이 6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긴 휴관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아쉽기도 하지만, 덕분에 당분간 대여 가능한 도서의 수는 30권, 반납기한은 9월 1일까지. 그 와중에 오랜 기간 예약해 두었던 책들이 하나하나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온다. 그렇다면 오히려 기쁜 일이다. 여름 내내 읽을 책을 '쌓아둘' 생각에 행복해졌다. 내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남산델리에서 샌드위치를 사 와야겠다.

kiefer - when there's love around

 

 

3.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잠시 특혜처럼 주어지는 이 시원한 바람이 좋다. 어제는 하루종일 손을 잡고 망원동과 성산동을 걸었다. 어란이 듬뿍 올려진 파스타와 프로슈토가 올라간 참외 샐러드에 행복해졌고, 시장에서 살구와 천도복숭아의 향을 듬뿍 맡았고, 양화대교-성산대교 사이를 걸으며 오렌지 젤리를 먹었고, 홍제천을 따라 걷다가 만난 작은 산을 하나 넘었고, 그 길에서 꼬리만 새까만 하얀 고양이를 만났고, 이름이 낯익은 유명한 카페를 문 닫기 5분 전에 우연히 마주쳐 원두를 샀다. 몬자야끼를 먹을까 하다가 기다림이 너무 길 것 같아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는데 또 행복해졌다. 하루를 가득 채운, 뜨겁지 않게 데워진 공기. 화가 나지 않은 사람들. 

 

먹물가에서 놀다왔지 너. 꼬리만 까만 고양이, 설리타창을 만나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창식이 안녕?

 

마녀는 알았다, 그레텔이 집으로 들어선 순간 ❘ @위치앤그레텔 연남점